세계적 전략투자가인 마크 파버(사진) ‘글룸 붐 앤드 둠’ 발행인이 “세계 경제는 추가적인 유동성이 투기로 유입돼 새로운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관적 경제전문가로 ‘닥터 둠’으로 불리는 파버는 10월23일 문화일보 창간 18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또 “미국 정부 부채가 5년 안에 두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에 따라 미국의 초인플레이션 사태는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그는 현단계 투자 전략과 관련, “돈의 50%는 이머징 마켓에 투자해야 한다”며 “조정기가 오면 한국에서도 주식을 사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역발상 투자가라고 소개하고, 주식시장은 휘발성이 강한 만큼 개인들이 돈 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 천영식 워싱턴특파원
―당신은 1987년 월스트리트의 블랙먼데이를 예측하고 고객들에게 돈을 빼라고 경고한 이후 1990년 버블경제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예측해왔다. 당신은 전통적인 방법을 통해 경제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고 들었다. 당신의 경제예측방법은 무엇인가.
“나는 상품, 주식, 이자율, 화폐 등의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집중한다. 또 철도운송량, 수입·수출 규모, 항공화물량 등의 실제적인 경제 통계에 주목한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공무원들이 말하는 것에는 관심 없다. 그들은 대부분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때로 장기추세 위에 놓이기도 하고(이게 버블이다), 2009년 3월처럼 장기추세 밑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장기추세 위에 올라오면 팔 때가 된 것이고, 그 아래로 떨어지면 살 때이다. 나는 최고점(euphoria·팔 때)에서 패닉(panic·살 때)으로 움직이는 심리(psychology)에 집중한다.”
―세계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국면에서 다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세계 경제는 안정화되고 있지만 충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경기부양이나 화폐유통규모면에서 볼 때 실물 경제 회복상태는 실망스럽다. 실업률이 여전히 높고, 민간 분야는 수축돼 있다.”
―당신은 미국의 초인플레이션을 경고해왔다. 실제 미국은 얼마나 위험한가.
“문제는 이것이다. 미 정부 부채는 지금 매년 2조달러씩 증가하고 있다. 내 생각으로 5년 안에 미 정부 부채가 두배로 증가하면서 더 많은 경기부양책이 필요해질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자율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는 미래의 어떤 시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이자율을 높이면 미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지불이 실질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내 생각엔 5년 안에 미 정부 지출의 30%로 올라갈 것이다. 그같은 결과는 FRB가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고, 화폐를 찍어 부채를 막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약한 달러는 인플레이션의 징후다. 우리는 이미 소비자 가격이 아니라 주식이나 상품 같은 자산가격에서 많은 인플레이션을 갖고 있다.”
―당신은 중앙은행이 공공의 적 1호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각국에서 중앙은행이 역할을 잘하고 있나.
“전 세계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고 있다. 초과 산업시설과 과다 차입 소비자들 때문에 추가적인 유동성이 실제 경제활동으로 유입되지 않고, 주식, 부동산, 상품, 화폐 등과 같은 자산시장의 투기로 유입된다. 그래서 새로운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고, 이것은 많은 경제적, 재정적 불안정성과 위험성을 초래할 것이다.”
―미 FRB와 벤 버냉키 의장은 어떤가.
“FRB의 확장적인 금융정책과 대출증가 실패는 현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만약 내가 대학교수고, 버냉키가 내 학생이라면 난 그에게 결코 중앙은행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서 기말고사를 통과시킬 것이다. 짐바브웨 중앙은행이라도 그에게 맡길 수 없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달러 약세가 좋은 뉴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달러 약세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다른 대체통화를 추구해야 하는가.
“아주 짧은 기간을 예외로 하고, 화폐 약세가 국가에 유익하다는 믿음은 완전한 난센스다. 화폐의 약세는 경제 허약성의 징후다. 경쟁력 부족의 징후인 셈이다. 장기적으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 가난하게 만든다. 만약 약한 화폐가 좋다면 짐바브웨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다. 달러는 시간이 흐르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다.”
―정확히 미국 경제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간단히 말해서 과다 차입과 대출증가에 너무 오랫동안, 많이 의존해왔다. 대출증가는 과다소비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자본형성과 교육, 연구·개발(R&D), 사회적 하부구조, 생산 시설 등에 대한 투자가 부를 일으킬 수 있는 시기에, 미 경제정책은 항상 소비 촉진에 집중돼 왔다. 소비는 부를 창조하지 않고, 축적된 부의 징후일 뿐이다. 과다 소비는 미 무역과 경상수지 적자, 형편없는 저축률 등에서 볼수 있다.”
―10%에 육박한 미 실업률은 26년 이래 최고치다. 미 실업률을 어떻게 예측하나.
“실업률은 수년 동안 계속 높게 유지될 것이다. 미국에선 오늘날 1999년보다 더 적은 수의 사람들이 직업을 갖고 있다. 인구는 3000만명이나 늘었는데도 말이다.”
―당신은 세계 주식시장이 20~3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금 아시아 주식시장은 회복세다. 그렇다면 세계 및 아시아주식시장이 다시 하락한다는 얘기인가.
“2009년 3월6일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할 때 미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66이었다. 나는 950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은 이보다 더 높다. 최근에 나는 주식시장이 조정기를 거치면서 지금에 비해 20% 이상 하락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은 예측이 아니라 단지 그같은 하락 가능성을 언급했다. S&P 지수가 900 아래로 떨어지는 날, FRB는 다시 돈을 미친 듯이 찍어낼 것이고, 시장은 달러 약세와 함께 상승할 것이다. 그같은 조정기가 주식과 상품 매입으로 이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당신은 이머징 마켓에 관심을 많이 뒀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이머징 마켓은 미국, 유럽, 일본보다 훨씬 좋은 모양을 보이고 있다. 투자가라면 자기 돈의 최소한 50%는 이머징 마켓에 투자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우려되는데.
“맞다. 그런데 우리는 보호무역주의를 장벽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지금 화폐 평가절하를 통해 겪고 있다.”
―당신은 애널리스트 말을 듣지 말고, 시장의 말을 들으라고 언급해왔다. 요즘 같이 휘발성이 강한 주식시장에서 개인은 어떻게 할 수 있나.
“미국 이자율이 제로인 시대에 모든 것은 훨씬 휘발성이 강해질 것이다. 펀드 매니저나 개인들이 현재의 혼돈을 제대로 항해해서 돈을 벌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럼 전문가로서 지금은 주식을 살 땐가.
“2008년 11월과 2009년 4월 사이에 주식을 사는 것이 현명했다. 지금은 시장이 다시 다소 치솟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아시안 주식을 좋아하고, 채권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배당수익률을 안겨다준다. 또 제로 금리는 현금에 대한 매력을 줄인다. 미 정부 채권은 이 시점에서 재앙적 투자다.”
―한국 주식시장은 어떻게 보나.
“나는 올 2월에 한국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다. 왜냐면 주식시장이 20년 이래 최저치였다. 지금은 그때 이후 많이 올랐다. 나는 곧바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약세장이 오면 나는 주식을 사 모을 것이다. 지금 같이 돈을 마구 찍어내는 환경에서 주식은 상당한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럼 한국 경제학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와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경제학자들은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쓸모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실물 경제에서 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가치투자가라면 당신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나. 투자가로서 당신의 철학은 뭔가.
“나는 역발상 투자가이다. 버핏이 미 주식에 집중한다면 나는 전세계를 본다. 쿠바, 북한, 몽고, 페루, 짐바브웨 같은 별난 지역에서의 기회까지도 본다. 나는 또 주식과 채권은 물론이고 부동산, 상품, 화폐에도 투자한다. 버핏과 달리 나는 항상 단기 포지션을 유지하고, 나이트클럽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
출처 : kkachi@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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